영화를 보다 보면 "만약 결말이 달랐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사실 많은 영화들은 최종 개봉판 이전에 다양한 결말을 고려하고, 심지어 촬영까지 마친 후에도 삭제되는 경우가 많다. 감독의 창의적인 의도나 극적인 반전을 담았던 장면들이 관객 반응, 제작사의 요구, 혹은 지나치게 충격적인 내용 때문에 삭제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유명 영화들 속 삭제된 충격적인 결말을 살펴보며, 만약 해당 결말이 그대로 개봉되었다면 어떤 반응을 얻었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전설이다"(2007) – 전혀 다른 원작 충실 결말
2007년 개봉한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는 윌 스미스가 주연을 맡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로, 인류가 멸종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생존자가 겪는 고독과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사실 원작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택했다.
극장에서 개봉된 결말
영화 속에서 주인공 로버트 네빌(윌 스미스)은 좀비 바이러스(크리처) 치료법을 연구하다가, 마지막 순간 자신이 개발한 백신을 다른 생존자들에게 넘겨주고 자폭하면서 생을 마감한다. 이를 통해 인류는 새로운 희망을 얻게 된다는, 비교적 희망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삭제된 원래 결말
하지만 삭제된 원래 결말은 전혀 다르다. 원작 소설과 더 가까운 버전으로, 크리처들은 단순한 괴물이 아니라 자신들만의 사회와 감정을 가진 존재로 묘사된다. 네빌이 잡아둔 실험체 크리처(여성 개체)를 구하기 위해 크리처들이 공격한 것이었고, 사실 그는 크리처들 세계에서 ‘공포의 존재’였던 것이다.
이 결말에서는 네빌이 크리처들과 마주한 뒤, 자신이야말로 그들에게는 괴물과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후 그는 실험체를 돌려주고 떠나면서 인간과 크리처가 공존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왜 삭제되었는가?
제작사와 테스트 관객들은 더 명확하고 희망적인 결말을 원했다. 인간이 살아남고, 희생을 통해 인류의 미래를 구하는 결말이 상업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삭제된 결말이 더 의미가 깊고, 원작의 핵심 메시지를 살렸다고 평가하는 팬들도 많다.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1991) – 평화로운 미래를 보여준 장면
"터미네이터 2: 심판의 날"은 SF 액션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깊이 있게 다루었으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희생을 통한 감동적인 결말을 완성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개봉판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 존재했다.
개봉판 결말
영화 속에서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와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는 T-800과 함께 사이버다인의 기술을 파괴하고, T-800은 자신이 미래에서 온 존재이기에 남아 있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용광로에 몸을 던진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사라 코너가 희망적인 독백을 남기며,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삭제된 원래 결말
삭제된 결말에서는 사라 코너가 2029년의 평화로운 미래를 살아가는 모습이 등장한다. 그녀는 할머니가 되어 벤치에 앉아 손자와 함께 노니는 모습을 보이고, 존 코너는 미국 상원의원이 되어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인물로 묘사된다. 즉, 스카이넷의 위협이 완전히 사라졌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결말이었다.
왜 삭제되었는가?
테스트 관객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장면이 너무 조용하고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어, 강렬한 액션 영화의 결말로서는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또한, 완전히 닫힌 결말보다는 열린 결말이 후속작을 위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삭제되었다.
결과적으로 "터미네이터 3" 이후의 작품들이 나왔지만, 스토리 전개가 엇갈리면서 논란이 많았던 점을 생각하면, 삭제된 결말이 유지되었다면 후속작을 만들기 어려웠겠지만 더 깔끔한 완결을 맞았을 수도 있다.
"조커"(2019) –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충격적인 암시
2019년 개봉한 "조커"는 토드 필립스 감독과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로 인해 엄청난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기존의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 인간이 광기에 빠지는 과정을 깊이 탐구하며,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개봉판 결말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조커(아서 플렉)는 정신병원에 갇힌 채 의사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마지막으로 미소를 짓는 장면 뒤, 그는 복도를 걸어가다가 발자국에 피를 묻히며 춤을 추는 모습이 나온다. 이 장면은 그가 정신병원에서 누군가를 죽였을 가능성을 암시하며, 영화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삭제된 원래 결말
삭제된 결말은 더욱 충격적인 반전을 포함하고 있었다. 원래는 조커가 의사와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모든 장면이 사라지고 조커가 처음부터 병원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즉, 영화 내에서 벌어진 모든 사건들이 조커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환상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결말이었다.
만약 이 결말이 유지되었다면, 영화가 단순히 조커의 기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가 실제로 어떤 일을 했는지도 불분명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왜 삭제되었는가?
제작진은 조커의 이야기를 관객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열린 결말로 두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만약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암시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면, 영화의 메시지가 다소 약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영화들이 다양한 결말을 고려한 후 최종적으로 하나를 선택하여 개봉한다. 그러나 삭제된 결말을 보면, 기존 영화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줄 수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만약 "나는 전설이다"의 원래 결말이 유지되었다면 인간과 크리처의 관계에 대한 깊은 철학적 논의가 가능했을 것이고, "터미네이터 2"의 삭제된 결말이 사용되었다면 후속작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또한, "조커"의 삭제된 결말이 사용되었다면 관객들에게 더욱 혼란스러운 충격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의 결말이 달랐다면, 영화의 의미가 어떻게 변했을까? 삭제된 결말 중 가장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