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은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열정이 결합되어 이루어지는 복잡한 과정이다. 하지만 모든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제작 도중 중단되거나 완성된 후에도 개봉되지 못한 영화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영화들 중에는 기획만으로도 화제를 모았던 작품부터, 이미 촬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한 작품까지 다양하다.
이번 글에서는 개봉되지 못한 영화들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세 편을 소개하고, 그들이 스크린에 갇히게 된 이유를 살펴보려고 한다.
스탠리 큐브릭의 미완성작 – "나폴레옹"
스탠리 큐브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샤이닝", "시계태엽 오렌지"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다. 그러나 큐브릭이 평생 동안 가장 만들고 싶어 했던 영화는 바로 "나폴레옹"이었다.
영화의 기획과 준비 과정
큐브릭은 1960년대 후반부터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일대기를 영화로 제작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철저한 사전 조사를 위해 나폴레옹과 관련된 모든 기록을 연구했으며, 500권이 넘는 책을 참고하여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또한, 실제 전투 장면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재현하기 위해 수천 명의 병사를 동원할 계획도 세웠다.
주연 배우로는 잭 니콜슨을 고려하였으며, 촬영 장소로는 루마니아를 염두에 두었다. 큐브릭은 이 작품을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화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왜 개봉되지 못했는가?
큐브릭의 계획은 너무나도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프로젝트였다. 당시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거대한 역사 영화의 실패 사례를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1970년에 개봉한 "워털루"가 흥행에 참패하면서, 제작사들은 큐브릭의 "나폴레옹"이 상업적으로 위험한 프로젝트라고 판단하였다. 결국 투자자들이 철회하면서 영화는 무산되었다.
비록 영화는 제작되지 못했지만, 큐브릭의 방대한 연구 자료는 후에 "배리 린든"(1975)이라는 또 다른 명작으로 이어졌다. 또한, 그의 "나폴레옹" 프로젝트는 2016년, 스티븐 스필버그가 TV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다시 한번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오손 웰스의 마지막 작품 – "The Other Side of the Wind"
오손 웰스는 "시민 케인"으로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천재 감독이었다. 그는 평생 동안 여러 작품을 기획했지만, 완성하지 못한 영화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미완성 작은 바로 "The Other Side of the Wind"이다.
영화의 내용과 제작 과정
"The Other Side of the Wind"는 노쇠한 영화감독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려는 과정을 따라가는 메타 영화이다. 영화는 실제로 웰스가 처한 상황과도 닮아 있어, 그의 반(半) 자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작품은 1970년부터 촬영을 시작하였으며, 오손 웰스는 개인적인 자금과 여러 독립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영화를 제작했다. 촬영은 6년 동안 계속되었고, 웰스는 1976년에 기본적인 촬영을 마무리하였다. 그러나 후반 작업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면서 영화는 완성되지 못했다.
왜 개봉되지 못했는가?
첫 번째 이유는 자금 문제였다. 웰스는 영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자로부터 돈을 받았는데, 그중 일부는 이란 샤의 왕실과 관련된 투자자들이었다. 그러나 1979년이란 혁명이 발생하면서 이란 정부가 바뀌었고, 영화의 저작권 문제로 인해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다.
두 번째 이유는 오손 웰스의 갑작스러운 사망이었다. 그는 1985년에 세상을 떠났으며, 그의 사망 이후 영화의 후반 작업이 중단되었다. 웰스의 유산을 관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면서, 영화의 공개는 더욱 미뤄졌다.
뒤늦은 개봉
놀랍게도, "The Other Side of the Wind"는 2018년이 되어서야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복원 작업이 진행되었고, 결국 오손 웰스가 세상을 떠난 지 33년 만에 개봉되었다. 이는 영화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건이었다. 비록 웰스가 직접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그의 마지막 작품이 마침내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다.
기예르모 델 토로의 "At the Mountains of Madness"
기예르모 델 토로는 독창적인 비주얼과 몽환적인 분위기로 유명한 감독이다. 그는 여러 작품에서 판타지와 공포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주었으며, 특히 H.P.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영화화하는 것을 오랫동안 꿈꿔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았던 프로젝트는 바로 "At the Mountains of Madness"였다.
영화의 내용과 기획
이 영화는 H.P. 러브크래프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남극 탐험대가 고대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며, 인간의 이성을 초월한 공포를 담고 있다. 델 토로는 이 영화를 R등급의 성인용 공포 영화로 제작하려고 하였으며, 제작비는 약 1억 5천만 달러로 예상되었다.
왜 개봉되지 못했는가?
주된 이유는 할리우드 제작사들이 높은 제작비와 R등급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델 토로는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이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며, 주연으로 톰 크루즈가 출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R등급 공포 영화가 1억 달러 이상의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 결국 제작사는 투자를 철회하였고, 프로젝트는 무산되었다.
미래의 가능성
기예르모 델 토로는 여전히 이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며, 최근 인터뷰에서도 언젠가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이 프로젝트가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영화는 창작자의 꿈이 담긴 예술 작품이지만, 여러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자금 문제, 법적 분쟁, 스튜디오의 반대, 감독의 사망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많은 영화들이 스크린에 갇힌 채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때때로 시간이 지나서 다시 제작되거나 복원되는 경우도 있다. 개봉되지 못한 영화들이 언젠가 새로운 기술과 환경 속에서 다시 세상의 빛을 보기를 기대해 본다.